응급실 갔던 날
오늘따라 유난히 축복이가 잠을 못잔다. 자다가 기침을 하면서 깨어나 울고 보채기 일쑤였다. 물을 먹여봐도 안뒤고 쪽쪽이를 물려봐도 소용이 없었다. 평소에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가 품에서도 조금 안정이 되는 듯 싶다가 다시 울고 깨어난다. 열은 없었다. 저녁에 먹은 땅콩 부스러기가 마음에 걸린다. 또축복이는 과거 2차례 정도 모세기관지염을 앓은 적이 있다. 집에 있는 청진기로 호흡음을 들어봤지만 소리는 괜찮아 보인다. 감기겠지하고 내 걱정하는 맘을 달랜다.
새벽 5시쯤 되었을까. 어렵게 잠들었지만 다시 기침을 하면서 운다. 하지만 기침소리가 더 심해졌다. 땀을 뻘뻘흘리고 숨을 잘 못쉬는 모양새다. 기침 소리도 컹컹하는 개잣는 듯한 소리가 난다. 안되겠다 싶었다. 아이가 많이 힘들어한다.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을 왈칵 틀었다. 가습기도 같이 틀었고 아이를 옆에다 두고 달래며 지켜보았다. 아내에게는 응급실을 가야하니 짐을 싸라고 소리쳤다. (나중에 이때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상황설명없이 그냥 짐을 싸라고 명령을 했으니)
잠옷바람에 간단히 외투를 걸치고 차로 향했다. 아직 10월 중순이지만 새벽 공기는 차디찼다. 차에 타자 축복이는 스르르 잠들었다. 찬공기에 후두개부종이 좋아졌나보다. 호흡이 편하니 절로 잠이 오는가보다.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지금 좋아졌더라도 다시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차라리 병원에서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싶었다. 소아응급실에 진료를 받고 흉부 및 경부 엑스레이를 촬영하였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3시간 정도 지켜보고 증상이 없고 호흡이 나쁘지 않아 귀가했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도 없이 와서 주구장창 병원 투어만 했다. 집에 오는 길은 환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축복이와 우리 가족은 그간 못잔잠을 자고 느즈막히 일어났다.
아마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후두염, 후두개염이 왔지않을까 싶다. 몇일 뒤에 나도 목이 굉장히 아팠다가 현재는 좋아졌다. 축복이가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생각했다. 축복이가 괜찮아지면서 아빠가 아프기 시작하니 왠지 대신 아파주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고 기분좋게 감기를 앓았다.
끝.
2018. 10. 21 -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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