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 일상
- 2018. 11. 21.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무겁지 않고 행복한 영화를 보려고 찾다가 알게된 영화이다. 2014년도에 개봉한 영화이고, 관객수는 12만명 정도인 아주 흥행한 영화는 아니다. 몇 년전 같은 제목의 책을 읽었었고, 당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 때는 힘들었던 시기여서 힐링을 위해 책을 찾았고,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과연 영화는 어떨까.
헥터라는 정신과 의사가 있는데, 매일 루틴한 일상에 본인 스스로는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사실 굉장히 '뜨끔' 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지금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이 예측가능하고, 불확실성이 최소화된 루틴한 삶이라는 것. 드러내놓고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은연중에 이러한 삶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가 많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헥터는 이런 반복적인 일상 속에 진정한 행복을 모르는, 껍데기 뿐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여자친구인 클라라를 두고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는, 이 이야기는 헥터가 여행을 다니며 벌어지는 일들과 그 속에서의 깨달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과 그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헥터의 여행 수첩에 기록한 몇 가지 인상깊은 대목들을 적어본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은 안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 행복찾기 여행의 목적지는 중국이다. 중국행 비행기를 탄 헥터는 본인의 이코노미 좌석이 중복 예약이 되어 마찰이 일어나고, 대신 1등석 좌석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그 좌석 옆의 부자 은행원을 만나게 된다.
비행기에서 만난 부자 은행원은 행복이란 돈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상하이에서 비싼 호텔, 음식, 유흥을 보여주며, 행복을 느끼라고 한다.
자신만만한 은행원인다. "진짜 행복이 어떤건지 보여주지!"
헥터는 행복이 가득한 유흥업소에서 중국인 유학생(?) 잉리을 만나게 되어 친해진다.
사실 잉리는 본인을 유학생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은행원이 돈을 주고 산 창녀였다.
뒤늦게 헥터는 이 사실을 알고 분개한다.
헥터는 중국의 승려를 만나기 위해 산에 오른다.
이 후 헥터는 다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한다.
아프리카에는 자신의 친구가 진료소를 운영하며, 부조리가 판치는 그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아프리카행 비행기 옆자리에서 만난 사람이 헥터에게 고구마 스튜를 먹으러 오라며 초대를 하였다.
그 마을에서 헥터는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저녁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택시가 납치가 되어 헥터 역시 반군(?)에게 납치가 된다.
죽음과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절망하였지만 기적적으로 풀려나게 되고 극한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풀려났는지는 영화를 봐야 한다.)
헥터가 살아돌아오자, 고구마 스튜를 먹었던 곳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연다.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케익을 사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도, 사소한 일이라도 그 일을 특별히 기념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다음 목적지는 헥터의 옛 연인이 있는 LA 이다. LA 행 비행기에서 뇌종양 환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데 만나게 되는 상황이 특이하다. 수술한지 몇일 안되는 뇌종양 환자는 그녀의 언니를 꼭 만나야 해서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극심한 두통으로 비행기 내부에서 의사를 찾는다. (나 같으면 의사를 찾을 때 모른채 했을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특히 헥터는 정신과 의사이지 않은가. 절대 내가 의사요. 라고 손 못든다.)
헥터는 정신과 의사지만, 의대생때 교육을 잘 받았는지, 고도가 높아져서 뇌부종이 발생하여 그런 것으로 잘 판단하였고, 고도를 낮추어 운행하게 한다. 통증의 강도는 9점에서 5점으로 줄어들었다. 사실 그 환자의 컨디션은 기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아보였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잘못되었을 경우 옴팡 뒤짚어 쓸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저렇게 도와주기 힘들것이다. 씁쓸한 세상이다. 어제 민방위 교육에서도 열정적으로 심폐소생술을 가르쳐 주셨으나, 과연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덧붙이면, 그 교관 말에 따르면, 옆에 보호자가 있으면 심폐소생술을 해도 될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참 가관이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갑자기 뇌종양의 증상이 발생했다는 1991년도 사례보고가 있다. 흥미롭다.
옛 연인 (심리학자) 을 만나 "우리가 계속 만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드립을 치니 그녀가 화를 낸다. 아마도 옛날, 그 여자는 헥터를 좋아했지만, 헥터는 근처에만 두고 확실한 사랑을 표현하거나 하지는 않았나보다. (아마도 미인이 아니어서였겠지. 하여튼, 나가지긴 아깝고, 남주긴 싫은 심리는 정말 별로인 것 같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현재의 연인인 클라라 마저도 사이가 틀어진다.
그러다가 LA 옛 연인이 알고 있는 박사님 (행복에 관한 유명한 연구자인듯.) 을 만나게 해준다. 이 박사님은 인간의 감정을 기계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헥터도 그 기계를 사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보기로 한다. (영화 속 사진은 Functional MRI 처럼 보였는데, 착용하는 기계는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처럼 보인다. 저런 기계가 있으면 '히트다 히트' 겠다.)
검사는 진행되었지만, 박사는 헥터의 감정을 나타내는 모니터 화면을 보더니, 이건 다 큰 남자의 감정이 아니라고 한다. 뭔가 갇혀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 조차도 어린아이처럼 미친듯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필자 또한 저 기계를 사용해서 검사해보면, 이런 감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 스스로도 과도한 superego 에 갇혀 libido 가 숨만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웅은 호색한이라 했는데, 나이를 들고나니 왜이렇게 무기력해지는지. 아마도 헥터의 모습은 헥터 개인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억제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의 모습을 비추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검사 도중 클라라에게 전화가 온다.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당신에게 엄마처럼 구는 엄마 말고, 진짜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감정은 폭포수처럼 콸콸 흘러넘쳤고,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이 때 헥터의 감정을 측정하는 기계에 기록이 되는데, 마치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다. 여러 감정들이 모두 나타난다. 감정의 전사. 감정의 영웅이다. 사랑 앞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지 않았나. 비슷한 맥락, 비슷한 느낌이다.
중요할 때 마다 나타나는 중국 승려. 배경이 오색찬란한 깃발인 것이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는 헥터와 잘 매칭된다.
감정 측정 기계를 개발한 그 박사도 이러한 광경은 처음본다고 한다. 오로라라고 하였다!
약간 2015년도에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조화가 중요하다. 슬픔이 덕분에 기쁨이 존재할 수 있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슬픔에게 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해진다.
행복여행을 마친 헥터는 곧바로 클라라를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간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행복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을 때, 행복만을 쫓으려 한다면 행복은 여지없이 달아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하는 일들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에 열중하였을 때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계획된 일에서 벗어났을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은 필자 같은 사람에게 이 영화가 필요한 것 같다. 새로운 일을 하는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계획과 달라지더라도 당황해하지 말자.
여러가지 감정속에서 우리의 행복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의무가 있다.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 처럼.
2018-11-21 오전 10:43 -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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